국내 ETF와 해외 ETF의 수익률은 단순한 숫자 비교로 결론 내기 어렵습니다. 환율, 총 보수, 추적오차, 배당 재투자, 세금 체계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최종 수익률을 바꿔 놓기 때문이죠. 본 글은 국내·해외 ETF의 구조적 차이와 수익률을 올바르게 비교·해석하는 방법, 그리고 실전 분석 절차를 단계별로 제시합니다.
국내·해외 ETF 구조와 수익률 산출의 핵심
ETF는 같은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어디에 상장했는가’, ‘어떤 복제 방식을 쓰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내 ETF는 KRX(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되어 원화로 거래하며, 직접 기초지산을 보유하는 물리적 복제(샘플링 포함) 혹은 선물·스와프를 활용하는 합성 복제를 사용합니다. 해외 ETF(예: 미국 상장)는 달러로 거래되고, 보수·유동성·세제 구조가 다릅니다. 이 차이는 수익률에 세 가지 경로로 작동합니다. 첫째, 비용(총 보수·거래비용)입니다. 초 저 보수 해외 ETF는 연 0.03~0.1%대인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파생 비용·헤지 비용이 포함되어 총 보수·추적오차가 다소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유동성이 낮은 종목은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넓어 체결비용이 실질 수익을 갉아먹습니다. 둘째, 환율 노출입니다. 원화 기준 투자자에게 해외 ETF의 총수익은 ‘기초지수의 현지통화 수익률 + 환율 변화’로 분해됩니다. 달러가 강세일 때는 같은 지수라도 원화 기준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반대면 낮아집니다. 환헤지형은 환율 영향을 줄이는 대신 헤지 비용(금리차)이 꾸준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배당과 과세 체계입니다. 배당을 즉시 재투자하는 ‘토털리턴(총수익) 지수’를 추종하느냐, 분배금을 지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해외 상장 ETF는 소스국 원천징수, 국내 과세 규정 등이 얽혀 ‘분배금(배당)+자본차익’의 세후 성과가 달라지죠. 국내 상장 ETF는 분배 빈도·분리과세 가능 계좌(ISA·연금) 활용 여부로 체감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같은 지수인데 왜 수익률이 다르지?”라는 질문의 답은 비용·환율·세금·복제 방식에 있습니다. 따라서 수익률 비교는 반드시 동일 기간·동일 기준통화(원화 환산)·총수익 기준으로 맞춘 뒤, 추적오차와 비용 차이를 별도로 비교해야 공정합니다.
수익률을 제대로 비교하는 법: 기준 맞추기와 분해
수익률 비교의 첫 단계는 기준 통일입니다. 동일 기간(예: 최근 3년, 월말 기준)·동일 빈도(월간)·동일 기준통화(원화)·총수익(배당 재투자 가정)으로 맞춰야 합니다. 다음은 실전에서 쓰는 체크리스트입니다. 1) CAGR(연복리수익률): [(최종가/초기가)^(1/n) - 1]로 계산합니다. 기간이 다르면 CAGR 오해가 생기므로 반드시 동일 기간으로 계산합니다. 2) 변동성(연율화 표준편차): 월별 수익률의 표준편차 × √12. 수익률이 비슷하면 변동성이 낮은 쪽이 낫습니다. 3) 최대낙폭(MDD): 고점 대비 저점 하락폭. 하락장 체력 비교에 필수입니다. 4) 샤프/소르티노 지수: 위험 대비 초과수익. 금리 수준이 변할 수 있으니 동일 무위험수익률 가정을 적용합니다. 5) Tracking Difference/Tracking Error: 펀드 총 수익률 – 지수 총 수익률(평균/표준편차). 운용 효율을 보여줍니다. 6) 통화 효과 분해: ‘현지통화 총수익률 + 환율 변화 ≈ 원화 총 수익률(세전·비용전)’. 예를 들어, S&P 500 총수익 12%, 달러/원 +5%, TER 0.1%, 추적차 0.2%라면 단순 근사 세전 수익률은 12% + 5% - 0.1% - 0.2% ≈ 16.7%입니다(분배금 과세·체결비용 제외). 7) 세후 수익률 시뮬레이션: 일반계좌 vs ISA/연금계좌, 분배금 재투자 여부에 따른 세후 CAGR을 따로 계산하세요. 같은 연수익 1~2% p 차이라도 10년 복리 효과는 크게 벌어집니다. 8) 서바이버십 바이어스 방지: 현재 살아남은 ETF만 보면 과대평가됩니다. 가능하면 지수/동일전략 평균과 비교하세요. 9) 거래시간/유동성: 해외 ETF는 야간 거래(국내 기준), 국내 ETF는 주간 거래로 체결 편의가 다릅니다. 실질 체결비용(스프레드 ×거래빈도)을 반드시 반영하세요. 10) 헤지 비용/선물 롤오버: 환헤지형·원자재/채권 선물형은 보이지 않는 비용(헤지 프리미엄, 콘탱고 롤오버 손실)이 누적됩니다. 이 절차를 따르면 “국내 상장 S&P500 추종 ETF vs 미국 상장 S&P500 ETF”도 공정 비교가 가능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세후·원화 기준 총수익을 표준으로 삼고, 위험지표(변동성·MDD)와 효율지표(추적오차·비용)를 보조로 붙여 ‘성능-효율 매트릭스’를 만들면 선택이 명확해집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분석 프로세스와 사례
실전 분석은 다음 5단계 파이프라인으로 구축하면 재현성이 높습니다. ① 목표 정의: 코어자산(지수형)로 10년 장기 보유인지, 위성자산(섹터/테마)으로 2~3년 초과수익을 노리는지 구분합니다. 목표가 다르면 비교 기준도 달라집니다. ② 후보 발굴: 동일 지수·유사 전략을 국내·해외에서 각각 3~5개씩 추립니다(예: S&P500, 나스닥 100, MSCI 선진국/신흥국, 글로벌채권, 금/원자재 등). ③ 정량 스코어링(10점 만점 가중 평균 예시): 성과(3) = 3·5·10년 세후 CAGR/변동성·MDD, 효율(3) = TER·TD/TE, 체결(2) = 거래대금·스프레드, 구조(2) = 복제방식·헤지/롤오버·분배정책. 총점 상위 1~2개만 남깁니다. ④ 스트레스 테스트: 금리 급등·달러 강세·에너지 쇼크 등 과거 구간의 롤링 수익률과 낙폭을 비교합니다. 동일 지수라도 헤지 유무·비용 구조 차이로 낙폭/회복 속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⑤ 실행/모니터링: 월 1회 리포팅 템플릿으로 ‘성과(세후 원화 총수익)·위험(변동성/MDD)·효율(TE/TD)·체결비용(스프레드 현실값)’을 업데이트합니다. 비중 조정은 목표비중 대비 5% p 이상 이탈할 때만 수행해 거래 과잉을 막습니다.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코어 지수는 장기 복리·비용 효율이 최우선이라 해외 상장 초저비용 ETF가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국내 상장 해외지수 ETF가 거래 편의·세제(ISA/연금)·국내장 시간대 체결 장점으로 세후·체결 비용까지 고려 시 ‘실질 수익률’이 비슷하거나 우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섹터/테마형은 해외 상장이 종목 선정 폭·유동성에서 우수할 수 있으나, 변동성이 커 정기적 리밸런싱과 손절 규칙이 필수입니다. 채권 ETF는 듀레이션·크레딧·헤지 비용 차이를 반드시 비교해야 하며, 동일 듀레이션 기준의 변동성/낙폭이 작은 쪽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비교 대상에 환헤지형 vs 비헤지형을 함께 두고 환율 시나리오(달러 강·약) 별 세후 기대수익을 표 형태로 두면 의사결정이 빨라집니다.
국내 vs 해외 ETF의 수익률은 비용·환율·세금·복제 방식이 만든 결과입니다. 동일 기준(원화·총수익·동일기간)으로 표준화한 뒤 위험·효율 지표를 함께 보세요. 이번 주 안에 보유/관심 ETF 5개를 골라 ‘세후 원화 총수익’과 ‘변동성·MDD·추적오차’를 같은 표로 정리하고, ISA·연금계좌 활용 여부까지 포함한 나만의 스코어카드를 만들어 실행해 보시길 권합니다.